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요즘 용산 대통령실 직원들, 선고일 지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복귀할 경우 조직을 어떻게 정비하고, 어떤 과제부터 시작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오는데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직후 혼란을 겪었던 직원들,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이후 업무 정상화에 더 힘을 싣는 분위기입니다.
공교롭게도 현재 용산 대통령실엔 8년 전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몸담았던 직원들이 꽤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 대통령까지, 대통령 탄핵을 두 번이나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직원들은 어떤 마음가짐일까요.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다를까요?
"8년 전엔 넋 놓아…여론 영향 커"
박근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두 번이나 괴로움을 느끼게 됐다"면서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상황을 이렇게 반추했습니다. "당시엔 물 흐르듯이 인용의 수순으로 가던 기류가 확실했다"고요. 탄핵심판 전날까지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각을 확신했지만, 일반 직원들이 느끼는 기류는 달랐다는 거죠.
이런 기류 때문일까요. 대통령 파면 결정 전후로 청와대 직원들도 대상포진에 걸리거나 스트레스로 질병을 앓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시 처음 겪는 일이었기 때문에 직원들도 굉장히 당황하고 넋을 놓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당시 직원들이 자포자기 심정이었던 건 여론의 영향이 컸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직전인 2017년 3월 8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이 77%로 나타났죠. 지금은 탄핵 찬성과 반대 진영이 매 주말마다 팽팽하게 세대결을 벌이는 양상입니다. 당시엔 탄핵 인용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지금은 찬성과 반대가 팽팽해진 만큼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커졌다는 겁니다.
"탄핵, 대통령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
복수의 관계자들은 "8년 전만 해도 직원들이 업무에서 손을 놓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다르다"며 "탄핵을 처음 경험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정신 바짝 차리고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직원들에게도 '탄핵 학습 효과'가 작용했다는 겁니다.
일각에선 "대통령 없는 대통령실, 직원들도 노는 것 아니냐"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렇게 반박하더군요. "윤 대통령 탄핵 이후 평소 업무량이 줄어든 건 맞지만 행정관부터 비서관, 수석비서관까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하던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요.
실제로 잠시 멈췄던 매주 일요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종 변론 이후 재개됐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기도 했고요.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윤 대통령이 지금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통화할 수 없으니까 직원들의 절박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요. 이어 "박 전 대통령 때 탄핵을 당해본 사람들은 이게 '대통령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라 여긴다. 대통령이 죽으면 나도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같은 공동 운명체인 걸 알게 된다"고 덧붙였는데요. '대통령이 탄핵되고 정권이 넘어가고 보수 진영이 무너지는 걸 손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직원들끼리 공유하게 됐다는 겁니다.
대통령실은 국민의힘에서 대통령실로 파견된 행정관 절반 가량이 당으로 복귀했다는 야당의 주장엔 "완전한 허위"라고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당 사무처에서 파견됐던 2명은 파견 근무가 끝나 당으로 복귀했기 때문에 "탄핵과 무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8년 전과 달라진 대통령실 분위기에 대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런 해석을 내놨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 초반 용산 대통령실도 박근혜 청와대 당시처럼 맥을 못 추고 있었다"면서 "보수 지지층이 강하게 일어나면서 대통령실도 그 기류를 타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요.
소극적인 朴 직접 대응 나선 尹

대통령실 직원들은 "두 대통령의 성향 차이도 8년 전 탄핵 국면과 달라진 이유"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본인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일절 대응하지 않았죠. 반면,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직접 나가 변론하고 가짜정보에 대응한다며 입장문도 냈습니다.
한 관계자는 "거울방, 굿판 같은 기사 중 열에 여덟, 아홉은 오보였지만 박 전 대통령은 거의 말씀을 하지 않았다"면서 "윤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나서서 적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분위기도 굉장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도 "윤 대통령이 헌재에 직접 출석해 적극적으로 방어한 게 보수층을 결집시킨 요인"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땐 당시 가짜뉴스에 거의 무방비로 당하는 수준"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탄핵 정국에서 다른 전략을 택한 보수 정권의 두 대통령, 선고 결과도 달라질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