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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하세요” 임종석에 권유한 이재명 측…때릴수록 좋다? [런치정치]

2025-03-04 12:12 정치

"자주 봬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자주 언제 보죠? 하하."(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친문계 핵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만났습니다. 두 사람,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1시간 반 가까이 묘한 신경전이 이어졌는데요. 임 전 실장은 "실장님 역할이 상당하다,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손 내민 이 대표에게 "듣기 좋은 소리보다는 쓴소리를 많이 하고 싶다. 이재명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을 성원하고 지지할 생각"이라고 맞받아쳤죠. "언젠가부터 민주당의 철학과 의지가 약화된 느낌을 받는다"면서요.

이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경쟁은 일상적이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면서 "너무 많이 넓혔다가 쪼개지면 또 곤란하다"고도 했죠. 계파 공방이 격해지면 당이 분열될 수 있다고 경계하는 메시지로 해석됐습니다.

기자들도 웃지 못한 '기싸움'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7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회동했다 (출처 = 공동취재단)


두 사람은 웃고 있었지만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뼈가 있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함께 웃기 어려울 정도의 기싸움이었죠.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시작으로 박용진 김부겸 등 비명계 인사들과 '릴레이 회동'을 가져왔는데, 가장 긴장감 넘친 만남이었습니다.

다음날 이 대표와 김동연 경기지사와의 회동 분위기도 만만치 않았는데요. 김 지사는 벼르고 온듯 양복 안주머니에서 준비해온 종이부터 꺼내 들었죠.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으로 과연 정권교체가 가능한지 우려스럽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면전에서 비명계 인사로부터 면박을 받았지만 이 대표는 되려 싫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이 대표의 진짜 속내는 뭘까요. 비명계는 이 대표의 '릴레이 회동'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이재명 측, 임종석에 "대선 출마" 권유, 왜? 

이재명 대표 측은 비명계의 공개 쓴소리에 한 마디로 '환영한다'는 입장입니다. "민주당은 일극체제가 아니다"라는 말에 힘이 실리는 장면이란 겁니다.

임종석 전 실장과의 회동 땐 오히려 이 대표 측에서 임 전 실장에게 "대선 출마하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봤다더군요. 임 전 실장은 아직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적이 없습니다.

이 대표 측은 "임종석이든 김동연이든 김경수든 누구든 출마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당내 경쟁 구도가 치열해질수록 선거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거죠. '누구와 붙어도 경선에서 이 대표가 1등'이란 자신감에서 비롯된 반응입니다.

친명계 일각에선 이 대표가 이렇게 비명계 인사들을 연속으로 만나는 게 이 대표의 존재감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친명계 한 중진 의원은 "특정 인물만 만나면 그 사람의 체급을 키워주는 게 되지만, 만나는 사람의 수를 키우면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수록 오히려 이 대표의 체급이 더 커진다는 뜻입니다.

 지난달 28일 김동연 경기지사와 회동한 이재명 대표 (출처 = 공동취재단)

박지원 "이견 좁혀지는 좋은 모임" 

22대 국회 최연장자죠. '정치 9단' 박지원 의원 역시 어제 SNS에서 이 대표가 비명계 인사들을 만나는 건 "이견이 좁혀지는 좋은 모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임종석이 이재명 반대편 사람들을 지지하겠다고 한 건 이재명에게 쓴소리가 아니고 민주당에 단소리로 들린다"면서요.

비명계 인사들과 연쇄 회동한 이 대표는 지난 당대표 경선 때 경쟁한 김두관 전 의원과도 만날 걸로 보입니다. 다만,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겨냥해 '윤석열·이재명 동반 청산'을 주장하는 이낙연 전 총리와는 아직 만날 계획이 없습니다. 이 전 총리는 지난해 이 대표의 '비명횡사' 공천을 비판하며 탈당했죠. 당 밖의 인사는 만남 대상에서 논외라는 겁니다.

비명계 일각선 "들러리 세우나" 

이 대표와 만난 비명계 인사들 측 반응도 나쁘지 않습니다. 비명계 주자들은 이 대표에게 개헌, 공동정부 구성 등 저마다의 아젠다를 제시하고, 견제 메시지를 던지며 존재감 부각에 나섰으니까요. 임종석 전 실장 측 관계자는 "임 전 실장은 여의도 밖의 생생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만큼 이 대표와의 회동에서 쓴소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하더군요. '이재명 대표와 경쟁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말은 "경쟁자들을 존중해달라는 상징적인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비명계 일각에선 불편한 심기도 포착됩니다. 한 비명계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일극 체제 아니다'라는 명분을 얻기 위해 비명계들 전부 들러리 세우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요. 비명계의 공개 비판을 환영한다는 이 대표 측 공식 반응도 진심일까 의심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 될 경우 친명계와 비명계의 신경전이 이어질 걸로 보입니다.

이 대표와 경쟁구도를 형성하며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비명계 주자들, 그리고 이들의 도전과 비판을 자신감 있게 수용하려는 이 대표. 뻔한 결과가 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당내 경선을 흥행시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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