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상 화려한 로펌, 숨겨진 민낯
부산의 한 번화가에 위치한 로펌 건물. 변호사 사무실로 빼곡한 이 건물은 8층만 텅 비어있습니다. 건물 관리자는 "8층에는 변호사 사무실이 없으니 돌아가세요"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최근 몇몇 분들이 로펌을 찾는다고 방문했어요. 그런데 여기엔 그런 사무실이 없습니다." (건물 관리자)
취재진이 방문한 곳은 최근 피해자들의 신고가 잇따른 '유령 로펌'이었습니다. 온라인상에선 "최상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화려한 이력과 사진을 내걸고 있었지만 전부 거짓이었습니다.


전국을 덮친 유령 로펌
취재진이 확인한 유령 로펌 사이트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 창원, 광주 등 전국에만 5곳이 넘었습니다. 특히 경남 창원을 주소지로 둔 한 로펌은 실제 서울에서 활동 중인 변호사 사진과 이력을 무단으로 도용했습니다.
"진짜 법률사무소 사이트처럼 보여요. 실제 변호사님들의 프로필 사진을 도용하고 저 같은 경우는 김지선 변호사라고 사칭해서." (허의영 도용 피해 변호사)
"그쪽(가짜 변호사)이 오히려 진짜라고 믿기도 하는 의뢰인들이 사실 관계를 요청하는 적이 꽤 많아서 피해 정도가 클 수 있겠구나." (심지연 도용 피해 변호사)
유령 로펌을 운영하는 사기범들은 주로 SNS 광고나 온라인 로펌 사이트를 운영해 피해자를 노립니다. 피해자들은 법적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신뢰성 있는 변호사 프로필을 보고 의심 없이 접근하게 되는 겁니다.
두 번 당한 피해자들…사기 피해 돕는다더니, 또 사기?
60대 피해자 장모 씨는 사기 피해금 5천만 원을 돌려받기 위해 로펌을 찾았다가 가짜 변호사에게 오히려 500만 원을 추가로 빼앗겼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SNS로 상담하며, 변호사 등록증 등 위조 문서를 진짜라고 보여주고 개인정보, 착수금 등을 요구합니다.
"(가짜 변호사가) 사기 사건을 회복시켜준다. 돈 원금을 찾아주겠다.…. 피해당한 사람들에게 다시 피해를 더 입힌다는 거 너무 불쾌하죠. 절박한 상황을 악용하는 겁니다." (피해자 장모 씨)
"처음에는 믿었죠. 변호사증도 전문분야 등록증서도 버젓이 보내줬으니까요. 그런데 다 가짜였어요." (피해자 신모 씨)

최근 급증하는 '변호사 사칭' 범죄
이들 사기범은 최근 AI 기술을 이용해 가짜 사진과 프로필까지 만들고 실제 활동하는 변호사나 방송인 등 사진을 마구 도용하기까지 합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변호사 사칭 범죄는 4년 전 9건에서 지난해 66건으로 7배 넘게 폭증했고, 올해 3월까지만 해도 벌써 25건이나 신고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범죄자들이 변호사라는 법적 신뢰성을 악용해 교묘하게 피해자를 유인한다고 지적합니다.
"변호사를 사칭한 범죄자들은 전문 법률 용어를 사용하며 피해자들에게 깊은 신뢰감을 줍니다. 일반 시민들이 이 수법을 간파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윤민선 서울지방변호사회 수석대변인)

피싱 범죄 수법…근절 어려워
하지만 문제 해결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SNS로만 접근해, IP 추적 등 사이버 범죄 수사로 도움 받아야 하는데 이런 피싱 범죄 조직들은 주로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기 때문입니다.
"변협에 수사권이 없고 범죄 조직의 실체를 특정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쉽지 않고 피해만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

검증이 필수인 시대
결국 피해를 막으려면, 법률적 도움을 받기 위해 변호사를 찾을 때 꼼꼼히 신원을 확인하는 게 습니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즉시 대한변호사협회나 지방변호사회 등 관련 단체에 문의해야 합니다. 더 이상 유령 로펌의 덫에 걸리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대책 마련도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