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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쓴소리 담당’ 섭티브잡스 김재섭이 사는 길 [런치정치]

2025-02-07 11:59 정치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양복 차림의 대다수 관계자들 속에서 튀는 복장의 인사가 눈에 띕니다. 검정 목폴라티,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태블릿 PC로 뉴스를 보는 주인공은 39세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서울 도봉갑)입니다. 애플 CEO 스티브잡스를 연상시키는 옷차림에 최근 '섭티브잡스'란 별명도 붙었는데요. 서울 강북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여당 의원이기 때문일까요. 복장만 자유로운 게 아니라 당을 향한 고언(苦言)도 스스럼없이 합니다. 당 최연소 조직부총장이기도 한 그의 고민은 뭘까요?

 김재섭 의원은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 때 검은 목폴라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난다. 스티브잡스 복장을 연상시킨다고 해 '섭티브잡스'로 최근 불린다.
"인간적 도리를 왜 이런 방식으로, 왜 이제서야 다하십니까"

최근 이슈가 된 김 의원의 지도부 저격 발언입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인간적 도리를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한다고 하자 공개 저격한 것이죠. 김 의원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나의 모든 발언은 내가 책임지는 것"이라고요. "초선이고 30대인데, 그 정도 파이팅 없어서 되겠냐"라고도 했습니다. 당 안팎서 눈총 받는 걸 알면서도 쓴소리를 자처하는 고충도 만만치 않습니다.

"왜 힘든 길 가느냐" 할머니들의 눈물

서울 도봉갑 유권자들에게 김 의원은 마치 '소 팔아 대학 보낸 자식' 이미지라고 합니다. 도봉에서 박스 공장을 운영한 아버지부터 김 의원까지 자칭 '도봉 토박이' 인만큼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얼굴들이라는 거죠. 그러다 설 명절 때 지역을 돌다 김 의원은 깜짝 놀랐다 합니다. 경로당에 계신 할머니들이 우는 걸 보고요. "남들이 다 이야기할텐데 왜 네가 나서서 당 비판하고 그러냐" "왜 자꾸 힘든 길을 가서 사서 고생하냐"고 안타까워 했다는 겁니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해 총선 때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서울 강북 지역에서 생존했다.
"누군 입 없어서 안 하나" 눈총

당내에선 김 의원을 아니꼽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내부 총질한다" "누군 입 없어서 안 하냐" "안그래도 어려운 동료 저격한다"고요. 김 의원 역시 이런 비판들도 잘 안다고 합니다. "까마득한 당 선배들이나 당 동료 비판하는 게 나란들 쉽겠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이 있으니 정당이 있는 것이다. 우리 정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하자고 하면 다 하는 민주당보다 나은 건 그런 게 아니겠냐"고 되물었습니다.

야(野)세가 강한 강북 험지 지역 민심도 고려 안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당연히 제가 잘못한 게 있다면 저에 대한 비판도 달게 받을 것"이라며 "당직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내부 비판해도 되냐고 당내에서 비판한다면 당직이 없는 사람은 아무 말 안해도 되냐"고도 반문했습니다.

김 의원의 비판 총구는 당내를 향해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오늘은 유시민 작가를 향해 "뇌가 썩었다"고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는데요. 유 작가가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일극 체제'를 비판하는 비명계를 향해 "망하는 길"이라고 경고한 것을 꼬집은 겁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당내에서 분출되는 다양한 목소리가 인정돼야 한다는 게 김 의원의 생각입니다.

"부정선거 담론 자리잡는 게 최대 고민"

조직부총장으로 당 지도부 일원이기도 한 그의 최대 고민은 커져가는 '부정선거' 담론입니다. "당을 지탱하는 몇가지 큰 기둥이 있는데 최근 들어 부정선거 담론이 굉장히 크게 자리잡고 있는 건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반민주당 전선을 형성하는 데 유용한 틀일 수 있지만 이것이 건강한 방식인지는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심정적으로 의심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집권 여당이라면 선을 그어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당원이고 지지자라는 점이 고민입니다. "정치인 김재섭은 매정하게 부정선거를 끊어내야 한다고 하지만 인간 김재섭은 지지자들에게 상처주는 거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는데요. 지역 내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부정선거 파고들어야 한다'고 문자가 쏟아지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쓴소리' 했지만 당 지도부는 '감싸기'

김 의원이 권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를 직격한 이후 지도부에서 눈총을 받은 건 아닐까요. 오히려 "다른 목소리 내는 젊은 의원 키워야 한다"며 감싸는 분위기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당 지도부에서 김 의원은 막둥이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서울 지역 의원 부인 모임에서도 김 의원의 아내가 막내 딸 같은 역할을 한다는 후문입니다. 당 지도부 핵심 의원은 "김 의원은 쓴소리는 아프긴 하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다"며 "적어도 인간적 도리를 다하기 때문"이라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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