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1일)도 하루를 거리에서 시작했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무실이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최후통첩을 날린 건데요. 당초 오늘은 박 원내대표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밝힌 디데이였죠.
"면도할 시간 없다"…투쟁 전사 변신?

잠긴 듯한 목소리의 박 원내대표. 평소 멀끔하던 모습과 달리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랐습니다. 직접 물어보니 "면도할 시간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는데요. 옆에서 슬쩍 보니 손톱도 까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요구하며 광화문에 천막을 치고 장외투쟁을 주도한 박 원내대표, 수염을 기른 채 '투쟁 전사' 이미지로 거듭난 겁니다.
교회 성가대 출신인 박 원내대표는 집회나 선거 유세 때도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죠. 노래방에 가면 마이크를 놓지 않을 정도로 유쾌한 성격입니다. 자전거 타며 노래 부르는 모습도 기자들에게 자주 목격됐죠. 과거 연설문에 거친 말이 들어가면 "굳이 써야 하냐"며 보좌진에 핀잔을 줬다고도 하는데요.
그런 박 원내대표가 외양부터 언어까지 투사로 변신한 거죠. 주변에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서 당이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옵니다.
초선 때부터 박 원내대표를 봐온 민주당 당직자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박 원내대표는 누구보다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상황이 그렇게 (투사로) 만들었을 것이다. 뭐에 하나 꽂히면 집에도 안 가는 사람"이라고요.
이름 일일이 부르는 '호명 정치' 왜?

박 원내대표의 또다른 투쟁방식은 '호명 정치'입니다. 지난달 29일 박 원내대표는 장외집회에서 재판관 3명의 이름을 콕 찍어 부르며 이렇게 압박했죠. "김복형 재판관님, 정형식 재판관님, 조한창 재판관님!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지 마십시오. 을사오적의 길을 가지 마십시오"라고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인용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재판관 실명을 하나하나 거론한 겁니다.
박 원내대표, 지난해 12월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땐 회의장을 떠난 국민의힘 의원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돌아오라"고 외쳤죠. 당시 자리를 떠났던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돌아와 투표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선 "목청 자랑하냐" 볼멘 소리도 나왔죠.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요즘은 영상이 많이 활용되는 시대라 직접 이름을 부르면 '기록 효과'도 있고, 압박 효과 역시 크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광화문에 천막 당사를 펼치고,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도보 행진, 저녁 장외집회까지 '강-강-강' 일변도의 원내 전략을 박 원내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박 원내대표가 헌재를 향해 "신속 선고하라"고 촉구한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오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을 오는 4일로 정했습니다. 헌재가 내놓을 결과에 따라, 박 원내대표가 '투사 행보'를 이어갈 지도 결정될 전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