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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간다고?”…이준석·허은아 갈라진 결정적 발언 [런치정치]

2025-01-22 12:05 정치

"국민의힘 갈 때 내가 여러분 데려갈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파면까지 추진하는 결정적 계기가 뭐냐고 묻자, 이준석 의원을 비롯해 복수의 당 관계자가 문제 삼은 허 대표의 발언입니다. 허 대표가 지난해 말 개혁신당 당직자들 앞에서 했다고 전해지는 발언인데요. 작은 당에서 새로운 일 해보겠다고 모인 당직자들 앞에서 절대 해선 안 될 말이었다는 겁니다.

대선 출마를 시사한 이 의원은 이렇게 말해왔죠. “조기 대선 때 국민의힘과 단일화‧합당은 불가능하다. 3자 구도가 오히려 양자 구도보다 확률이 높다”고요. 조기 대선 국면에서 대안 정당으로서 존재감을 키우려는 구상이었는데, 허 대표의 발언은 용납이 안 된다는 거죠.

반면 허 대표는 오늘 기자와 만나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었습니다. 한 달여 전 노조 만든 당원들이 찾아왔을 때 "국민의힘 들어갈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노조 만든 게 사실이냐"고 물었을 뿐이라면서요. 그러면서 "합당 생각도 없고 다시 돌아갈 거였으면 국민의힘에서 왜 나왔겠냐"고 되물었습니다. 친허은아계 조대원 최고위원도 이렇게 말하더군요. "허 대표가 합당할 생각이 있었으면 자신이 먼저 알았을 것"이라고요. 다만 "우리가 자체적으로 대선 후보를 내서 15% 이상을 받지 못하면 선거 치를 돈이 있느냐"는 얘기는 비공개 회의 때 오갔다고 전했습니다.

 개혁신당 지도부 회의가 오늘 두 곳에서 따로 열렸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가 회에서 열린 대표 주재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하람 원내대표 자리가 비어 있다.(왼쪽) 같은 시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고위를 연 천하람 원내대표 등이 허 대표 당원소환 투표 일정을 살펴보고 있다(오른쪽) 출처 = 뉴시스
지난달 17일 친이준석계 김철근 사무총장을 허 대표가 경질하면서 표면화된 개혁신당 내홍이 한 달째로 접어들었습니다. 급기야 오늘은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각자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상황까지 치달았습니다. 천하람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이준석계 지도부가 허 대표의 직무 정지를 의결한 뒤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고위를 열었죠. “바야흐로 대행의 시대”(천하람 원내대표)라면서요. 같은 시각 허 대표는 국회 본청에서 최고위를 주재했습니다. 이준석계 지도부 측은 허 대표 파면을 결정하는 당원 소환투표를 오는 24일부터 이틀간 진행할 방침인데요. 허 대표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시사하며 끝까지 싸울 거라고 합니다. 당내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질 조짐입니다.

허 대표는 과거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 4인방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으로 불리며 개혁신당 창당에 함께 했는데, 어쩌다 1년 만에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걸까요. 이준석 의원과 천하람 원내대표, 이기인 최고위원 세 사람이 뭉치면서 사실상 허 대표가 고립된 모양새입니다.

"당직자 분노 폭발" vs "학교 폭력과 유사"

이 의원 측은 "허 대표 파면 추진은 당직자들의 분노가 폭발한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허 대표가 거대 양당 대표처럼 의전을 바라고 비전 없는 이미지 정치에 치중하면서 당직자들의 불만이 쌓였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당 실무자들이 먼저 들고 일어났다는 거죠. 그러던 중 허 대표의 "국민의힘 데리고 간다"는 발언으로 임계점에 도달해 폭발했다는 설명입니다.

한 당직자는 "우리가 하는 일이 당의 성과로 남아야 하고 데이터가 쌓여야 하는데 일회성 행사, 이벤트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허 대표에게 많이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17일 개혁신당 당직자 노동조합이 낸 성명서에도 이런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친이준석계 이기인 최고위원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당직자들이 힘들다고 토로했지만 선출된 당 대표니까 믿어보자고 한 세월이 8개월"이라며 "개혁신당 자강론이 아니라 다른 당과의 합당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위험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요.

이준석 의원은 당원 배가 운동에 보험 영업사원을 동원하자는 허 대표의 아이디어나 허 대표가 만든 젠더 플랫폼 등을 비판 대상으로 꼽았습니다. "허 대표가 자꾸 극단적인 선택들을 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됐을 뿐 내가 크게 말을 보탤 것은 없다"면서요.

반면 허 대표는 당명 개정, 상임고문 임명, 회계 보고, 강령, 정책, 홈페이지 변경 등 주요 사안 어느 것 하나 자신의 뜻을 반영할 수 없었다고 항변했습니다. 이 의원이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당은 이 의원 중심으로 움직였다고요.

비공개 회의 석상에서는 "이준석 대표랑 상의하셨냐"는 말도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합니다. 이 의원은 당직이 없는데도 '대표'라고 불렸고, 측근들을 통해 계속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겁니다.

허 대표 측은 개혁신당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학교폭력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허 대표는 이 의원으로부터 "아무것도 하지 마라" "제발 가만히 있어라"라는 말을, 당 관계자로부터 "빈계지신(牝鷄之晨·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이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조대원 최고위원은 채널A에 "비공개 회의 녹취를 들은 아내가 허 대표 불쌍하다며 울었을 정도"라고 했습니다.

당을 이끌면서 부족했던 점들에 대해선 사과할지언정, '당을 망쳤다'는 평가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게 허 대표 측 입장입니다. 오히려 당 지지율이 올라야 할 시점에 이 의원이 명태균 리스크에 빠져 악재가 됐다고 덧붙였는데요. 국민의힘과 가깝게 지내는 것도 오히려 이 의원 쪽 아니냐고도 되물었습니다.

 2023년 11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회동 사진. 출처 =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 페이스북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절체절명의 시기, ‘의석 3석’ 개혁신당은 집안싸움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양측은 법적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의원은 허 대표에게, 허 대표는 이 의원에게 결자해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매듭을 꼬이게 한 사람, 매듭을 풀 사람 모두 서로를 지목하고 있는 거죠.

'3석 작은 정당 내분도 해결 못 하면서 어떻게 한 나라의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할 건가.'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개혁신당 후보는 이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나쁜 정치를 좋은 정치로 만들고 거대 양당 카르텔에 맞서겠다는 개혁신당의 정신, 최대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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