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한 비명계 의원이 최근 국민의힘에 추월당한 민주당 지지율을 보며 한 얘기입니다. 친명계는 겉으론 민주당 지지율이 주줌한 것이 "강성 보수층이 과표집(실제 분포보다 과하게 집계) 된 것"이라고 하지만, 비명계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또다른 비명계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 돼도 사법리스크 때문에 국정 불안이 지속될 거란 우려가 반영됐다"는 해석을 내놓더군요.
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달만 해도 한 비명계 전직 의원에게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물었더니 "지금 나서면 나라 꼴이 이런데 자기 잇속만 챙기는 모습이지 않나. 이 대표 체제도 흔들릴 일 없다"고 잘라 말하더군요. 그런데 최근 답변이 바뀌었습니다. "지지율을 한 번 봐야겠다"고요.
비명계는 그동안 "움직이면 죽는다"는 당 분위기에 숨죽여왔습니다. 이재명 대표 체제의 작은 균열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목소리가 최근 조금씩 터져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이재명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까."
'친문계 핵심'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오늘 SNS에 올린 글입니다. 역전된 지지율을 두고 이재명 대표 중심 일극 체제를 정면 비판한 겁니다.
임 전 실장만 한 마디 한 게 아닙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어제 민주당 지지율에 대해 "윤석열 정부처럼 막 서두르고, 국민들 생각 안 하고 자기 고집대로 하는구나, 그런 실망감 때문"이라고 쓴소리를 했죠.
"소보로만 파냐, 팥빵도 팔자"
윤 대통령이 체포된 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주선한 한 모임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참석했다고 하는데요. 민주당 소장파 '조금박해(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였다가 탈당한 조응천 전 의원은 그 자리에서 "소보로빵만 팔란 법 있냐. 팥빵만 같이 팔자"고 한 마디 했다고 합니다. 조응천 전 의원 이렇게 말하더군요. "소비자(유권자)한테 선택권을 줘야지 민주당이 너무 경직돼 있다는 취지에서 한 얘기"라고요. 이재명 대표 말고도 여러 대선 후보가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 거침없이 펼친 겁니다.
'친문 적자'로 통하는 김 전 지사는 계엄 사태가 터지자마자 3월 귀국하려던 계획을 바로 앞당겼죠. 매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했고요. 공보 인력을 구한 뒤 메시지를 계속 냈습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부인으로 ‘민평련계 대모’로 통하는 인재근 전 의원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이사장에, ‘친문’ 전해철 전 의원을 도정자문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비명계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죠. 오늘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해 "'팀 코리아' 일원으로서 소명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선 주자 면모를 부각하고 있는 겁니다.
박용진 전 의원은 방송 출연이 잦아졌고요.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학계 등 사람들과 두루두루 만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낙연 전 대표는 SNS에 '개헌'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죠. 비명계 모임 초일회는 매달 진행하는 강연에 누구를 섭외해야 하나, 고심을 거듭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민주당 대선주자가 이재명 대표에서 바뀔 가능성 있을까요. 익명을 요구한 한 비명계 의원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재명 대표가 유력하지만 아직 시간이 많다"고요. 상황은 또 바뀔 수 있다고 여운을 남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