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이후 열린 지난해 12월 11일 열린 국회 긴급 현안 질의.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기립 사과' 요구에 꿈쩍도 안 한 국무위원이 한 명 있었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입니다. 재차 이어진 압박에 하나둘 일어난 다른 장관들과 달리 김 장관은 일어나지도, 고개 숙이지도 않았죠.
그런 김 장관의 최근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오늘 발표된 한국갤럽조사 결과를 살펴볼까요. 지난 14~16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이재명 대표(31%), 김문수 장관(7%), 홍준표 대구시장‧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6%), 오세훈 서울시장(4%) 순이었습니다. 김 장관 지지율이 여권 대선주자 중 가장 높게 나타난 겁니다.
김 장관의 상승세, 다른 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어제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마찬가지였거든요. 김 장관 지지율(13%)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28%)에 이어 전체 2위였습니다. 직전 조사에서 김 장관은 조사 대상도 아니었는데요. 계엄 사태 이후 김 장관이 여권 대선주자 '깜짝 1위'로 발돋움한 거죠.
이른바 김문수 신드롬, 여당 내에선 어떻게 볼까요? 지금의 인기,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강성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라는 분석에 대해선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김 장관은 계엄에 대한 기립 사과 요구를 거부한 건 물론이고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에 대해 "기본적인 예우는 갖춰야 하는데 너무 나가는 것 아니냐" "탄핵이 우리 국민에게 무슨 유익함이 있겠냐"며 윤 대통령을 감쌌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 임명을 결정한 국무회의에선 "이런 중차대한 일을 여야와 사전에 협의했냐"고 쏘아붙였고요. 이른바 강성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확실한 보수 주자’ 이미지를 굳혔다는 겁니다.
"일시적 현상, 거품" vs "보수 정체성 확실"
하지만 김 장관의 인기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거란 당내 의견, 만만치 않았습니다. 한 재선 의원은 "일명 태극기 부대 의견이 여론조사에 과표집(실제 분포보다 과하게 집계)돼 발생한 결과"라며 "윤 대통령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김 장관 지지율 거품도 꺼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의미 부여 자체를 피하더군요. "김 장관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유의미한 지지율을 한 번이라도 얻어봤냐"면서요.
중도 확장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안철수 의원은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대선의 키가 될 것인 만큼 강성 보수층 중심의 지지를 받는 김 장관에게 중도 확장성은 남은 숙제"라고 강조했죠. 당 일각에선 김 장관이 2011년 경지지사 시절 "나 도지사 김문수인데"라고 119에 전화를 걸었던 일화도 소환됩니다. 한 재선 의원은 "특히 젊은 층이 반감을 느끼는 대목"이라며 "김 장관이 청년층으로 지지세를 넓힐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대통령실 출신 강승규 의원은 김 장관 지지율이 당분간 이어질 걸로 내다봤는데요.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소위 보수 리더라고 하는 분들의 정체성이 지지자들이 느끼기에는 불분명했는데, 김 장관은 보수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유지하기 때문에 소구력이 있다"고요. "민주당 책임론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면서 김 장관에 대한 지지도도 올라간 걸로 보인다"는 겁니다.
당내에선 이런 평가도 나왔습니다. "김 장관은 대통령직 수행을 잘할 사람"이라고요. "윤 대통령과 달리 경기지사를 역임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정 운영 적응기도 필요하지 않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겁니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김문수 장관은 최소한 명태균 씨와 엮인 건 없다"며 현재 여권 대선주자들과 차별화 포인트를 짚기도 했습니다.
김문수 "대선후보로 오르내리는 것 안타깝다"
그렇다면 김 장관은 정말 대선 출마 의사가 있는 걸까요? 김 장관에게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답을 받진 못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렇게 전하더군요. "부처 간부회의 때 김 장관은 '현재 정치 상황에 흔들리지 말고 우리가 할 일을 하자'는 당부만 한다. 대선 출마보다는 장관직 수행에 전념할 걸로 보인다"고요.
김 장관도 지난 6일 출입 기자들과 만나 "나 같은 사람은 고용노동부 일만 잘하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돼야 하는데 대선후보로 오르내리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정치는 생물이죠. 김 장관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전체 질문지 등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