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김제 마늘밭에서
현금 110억 원이 쏟아져 나온 사건
기억하십니까.
처남 형제가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번 돈을
매형이 마늘밭에 묻어뒀다가 적발된 사건인데요.
최근 대법원이 매형에게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장 집 금고에서
현금 17억 원이 발견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었죠.
교사 채용하면서 뒷돈 받고,
자재 비용을 부풀리고,
학교 건물 공사에서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겼답니다.
그런데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발견된 돈이 모두 5만 원짜리라는 건데요.
오늘 경제돋보기는
5만 원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요즘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이
'입막음용'으로 모두 1억 1천만 원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류충렬 총리실 공직복무 관리관으로부터 받았다는
5만 원짜리 5천만 원이 관심 대상입니다.
제가 오늘 아침 한 시중은행 본점의
금고에 가봤습니다.
만 원짜리는 제법 되던데,
5만 원짜리는 별로 없었습니다.
많이 안 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가 들고 있는 이 돈 꾸러미가
한국은행 관봉신권입니다.
5만 원짜리 1만 장, 금액으로는 5억 원인데요.
제가 직접 무게를 재보겠습니다.
10kg 가까이 하네요.
화폐 발행수량은 2008년 17억 장에서
지난해에는 4억 장으로
4분의 1로 줄었습니다.
신용카드 사용, 전자결제 증가,
5만 원권 고액권 발행이 영향을 미쳤는데요.
5만 원권 발행잔액은 1월 현재 28조 2천억 원으로
2년 전보다 13배나 늘어난 반면,
만 원권은 6조 원 가까이 줄었습니다.
전체 화폐 발행잔액 가운데
5만 원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44%에서 지난해엔 53%로 증가했습니다.
5만 원이 상거래와 경조금 지급 등에
많이 쓰이면서 10만 원권 자기앞수표를
대체하고 있는건데요.
반대로 뇌물이나 도박, 불법증여 등
검은 자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실제 다른 화폐와 달리
5만 원권의 회수율은 60% 밖에 안 됩니다.
10장을 발행하면 4장은 어딘가
잠겨 있다는 뜻입니다.
1만 원 짜리는 회수율이 93%,
1천 원권도 77%나 됩니다.
제가 들고 있는 이 돈이 만 원 구권입니다.
이 돈은 좀 많이 낡아보이죠.
그런데 이렇게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새 돈 같은 구권도 은행으로 많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거의 사용한 적이 없는 깨끗한 돈도
은행으로 돌아옵니다.
만약에 누군가에게 뇌물을 준다면
부피가 적은 5만 원이 낫겠죠?
제가 이 쇼핑백에 현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한 번 직접 넣어보겠습니다.
5천만 원 6묶음, 총 3억 원이 들어갑니다.
과거에는 뇌물 주려면 사과상자가 동원됐지만
5만 원권 등장으로 이젠 쇼핑백이면 충분한 세상이네요.
5만 원이면요, 차인표 씨처럼 나눔을 행하는 분들은
제3세계 어린이 1년을 먹이고요,
1시간에 최저임금 4,580원을 받는 근로자가
하루 11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큰 돈입니다.
쇼핑백을 든 그 손,
목적지로 향하기 전에
한 번만 다시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경제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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