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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필리핀서 실종된 아들 찾던 아버지 ‘눈물의 유서’ 뒷이야기

2013-01-02 00:00 사회,사회

[앵커멘트]

이번 사건을 취재한 김민지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리포트]

 Q1> 김 기자, 납치실종자 홍석동씨 아버지의 빈소를 다녀왔죠?
아버지의 극단적인 선택에 다른 가족들 충격이 컸을 것 같은데...분위기는?

=네, 빈소에 상주가 보이지 않아서
필리핀에서 납치된 뒤 실종된 아들 홍석동씨의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는데요.

한 때 단란했던 네 가족은
이제 어머니와 여동생만 남겨진 상황입니다.

아버지 홍씨는
지난 2011년 9월,
아들 석동씨가 필리핀 여행에서 돌아오지 않자
열심히 아들의 행적을 쫓았습니다.

경찰에서 아들이 도박이나 여자 문제로
단순 가출했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필리핀 한국인 관광객 납치단에 연루됐다는 증거를 찾아냈는데요.

아들의 계좌로 돈을 인출한
필리핀 마닐라 시내의 ATM기의 CCTV 화면을 필리핀 대사관에 요청해 확보하면서
납치단의 막내 ‘뚱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후 2011년 12월, 납치단의 막내를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납치단의 리더 최모씨까지 태국에서 체포되면서
납치단 모두가 검거됐고
그래서 사실상 홍씨의 행적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됐었는데요.

그런데 홍석동씨의 행방을 안다며
협박 전화를 일삼았던 납치단 부두목 김모씨가
필리핀에서 붙잡힌 뒤 3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건은 더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채널 A가 단독으로 입수한 10장 분량의 김씨 유서에서,
김씨는 납치단 리더 최씨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
또 다른 공범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지만,
납치 피해자를 언급하는 내용은 단 한 구절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현재 잡혀있는 범인들
모두 홍석동씨를 알지도 못한다고 부인하는 상태입니다.

홍석동씨 아버지는 이런 상황에 대해
굉장히 답답해했고 힘들어했습니다.

또 홍석동씨 여동생이

아들의 필리핀 여행 티켓을 사줬다는 것 때문에
아버지와 가족들의 불화가 깊어졌고

그 때문에 자주 술을 드시고 우울해했습니다.

Q2> 이번 취재에서 아버지 홍씨가
기자에게 직접 유서를 남겼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습니까.

= 네, 이 취재를 하면서 아버지와 자주 통화를 했었는데요.
아마도 돌아가시기 직전 전화했던 사람 중 하나가 저였던 거 같습니다.

평소에 아버지께서 늘 울먹이는 슬픈 목소리로
‘우리 아들 좀 꼭 찾아 달라’고 자주 전화했는데
이날만큼은 너무도 담담하고 강한 목소리로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석동이를 찾아야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유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본인이 이렇게 해서라도
아들 행방을 꼭 찾아달라는 부탁을 남겼습니다.

특히 해외에 수감 중인 남은 용의자들을
하루 속히 국내로 송환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달라는 간곡한 호소가 들어있었습니다.

Q3> 그렇다면 문제는 이들 용의자들이
언제 한국으로 들어와서 진실을 밝히느냐일텐데...
이게 결국 홍석동씨의 행방과도 관련 있지 않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사실 이들 납치단에게 납치됐다 실종된 사람은
홍석동씨 외에도
2010년 8월 필리핀에서 사라진
전직 공군소령 윤철완씨도 있는데요.

이 두 명 외에
현재까지 알려진 10여명의 납치 피해자들은
은신처에 감금됐다가 합의금을 주고 풀려났습니다.

하지만 납치단이 피해자들의 신고를 막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마약을 먹이거나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약점을 잡았기 때문에
더 많은 피해자들이
이 납치단에게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제라도
범인들을 붙잡은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 더 많은 범행 사실을 찾아내고
납치실종자에 대한 단서를 찾아야 하는데요.

문제는 납치단 공범들이 한꺼번에 잡힌 게 아니라
한 명씩 따로 잡혔단 사실입니다.

이러다보니 납치단 막내는 한국에 수감 중이고,
납치단 부두목은 현지 유치장에서 자살하는 등
아직까지 국내로 송환되지 않은
납치단 리더 최씨와 납치단 서열 3위 김씨 등
용의자들은 현지에 남아 있어
사건 해결에 애로점이 있는 상황입니다.

일단 남은 용의자들이 국내로 송환돼야 하는데
외국에서 범죄를 저질러 재판을 받는 중인만큼
형이 확정될 때까지
한국으로 올 수 없다는 겁니다.

필리핀과는 1996년에, 그리고 태국과는 2000년에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했지만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사법 시스템이 우리와 달라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게 현실입니다.

현재 납치단의 리더 최씨는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태국 1심 재판에서 8년 4개월 형을 선고받은 상황인데
자칫 그곳에서 형기를 다 채우고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필리핀 세부 교도소에 수감 중인
납치단의 서열 3위인 김씨는
상황이 더 안 좋습니다.

세부에서 벌인 한국인 관광객 납치 건으로
지난해 5월부텉 붙잡혀 있는데
재판도 더딘 상태고,
제가 지난 7월 김씨를 만났을 때
그는 리더 최씨와 함께
안양 환전소 여직원 살해 사건으로 도주한 만큼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당국이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까지 밟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언제쯤 이들의 국내 송환이 가능할지 조차
가늠할 수 없습니다.

결국 여권 말소 등으로 인한 강제 추방이나
납치단 막내 김씨가 붙잡혔던 것처럼
자진 귀국 형식으로 한국에 갈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어떻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정말 2년 전만해도 단란하고 평범한 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납치단에 아들이 납치되면서
가정은 결국 풍비박산 나고 말았습니다.

하루 빨리 이들이 국내로 송환돼
피해자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앵커) 네, 김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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