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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동네가 온통 배설물 천지…울산시 까마귀떼 ‘속앓이’

2013-01-25 00:00 사회,사회

[앵커멘트]
새 배설물, 길 가다가 맞아본 적 있으십니까.

억세게 운이 없는 경우죠.

그런데 시도때도 없이 낙하하는 새 배설물 때문에
제대로 걸어다니기 힘든 동네가 있습니다.

무려 5만 여마리의 까마귀가 몰려든
울산 태화강 일댑니다.

그 현장을 박소윤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오전 7시, 동이 틀 무렵.

울산 태화강변의 대나무숲에서 날아오른
까마귀들이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습니다.

매년 10월이면 찾아오는 떼까마귀, 갈까마귀 무리들인데,
아침저녁으로 이같은 장관이 펼쳐집니다.

10년 전 1만 마리 정도였던 것이
올해엔 5만2천마리 정도로 급증했습니다.

국내 까마귀 도래지 중 최대 규몹니다.

[인터뷰 : 김성수/ 경북대 조류생태연구소 ]
"제주도는 인근에 대숲이 없기 때문에 잠가지가 불편합니다.
대나무가 밀도가 있으니까 몇 만 마리가 같이 잘 수 있는 거죠. "

울산시는 태화강이 살아난 증거라며 무척 반깁니다.

하지만 태화강변에 거주하는 마을 주민들이 겪는
불편은 이만 저만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 떨어질 지 모를 까마귀 배설물 때문입니다.

[인터뷰 : 울산 삼호동 주민]
"저녁에 4시부터 오기 시작해서 5시면 새까맣게 와서
 배설물을 얼마나 버리는지 몰라. 세시 반이면 (빨래) 다 걷어야 돼요"

차 위에도, 집 마당에도, 길 위에도
온통 배설물 천지여서 속상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가장 피해가 극심한 시간대는
해질녁 새들이 대나무 숲으로 다시 돌아올 때.

주민들은 밖에 다니기가 두려울 정도라고 합니다.

[인터뷰 : 오한필/울산 삼호동]
"요는 배설물이야. 빨래도 못 널고 세차도 소용없어.
아침에 보면 차 위에 배설물이 한 가득이야."

조류독감 등 건강상의 우려도 나타냅니다.

[인터뷰 : 김순자/울산 삼호동]
"다니다보면 (배설물이) 머리에 떨어지는 걸 느낄 수가 있고
머리에 똥이 떨어지니까 입으로도 들어오지 않겠나..."

현재 시각이 오후 6시입니다.

까마귀들이 대나무숲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위를 보면 전선을 빼곡히 채우고 있습니다.

전선이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위협적인 느낌도 듭니다.

아래를 보시면 하얀 까마귀의 배설물들이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이틀 전에 비가 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것들은 새로 생긴 겁니다.

저 역시 언제 배설물을 맞을지 몰라서 우산을 쓰고 있습니다.

울산시가 배설물 청소반을 운영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시 관계자는 철새 까마귀 배설물은 텃새 까마귀와는 달리
유해하지 않고 조류독감을 전파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 김노경/ 울산시 환경정책과장]
"울산에 찾아오는 떼까마귀와 갈까마귀는 주로 낙곡을 먹는
채식성 조류이기 때문에 배설물은 중성입니다. "

주민들은 철새가 주로 앉는
주택가 송전탑과 전선을 지하화해 주기를 희망합니다.

[인터뷰]박순환/ 울산시의원
"중기계획으로 철탑을 지하로 매설주고 단기 계획은
앞의 전신주를 지하로 해주면 까마귀가 비행 안 하고 잠자리로 가는 방향도..."

이 까마귀들은 3월이면 다시 시베리아로 이동합니다.

매년 반복되는 까마귀들과의 전쟁,
그렇다고 못오게 막을 수도 없는 노릇.

주민과 새들이 불편없이 공생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채널A 뉴스 박소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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