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이번 한파에
누구보다 힘들었을 분들이 있습니다.
혹한의 추위에도
먹고살 걱정에
어쩔 수 없이 차디찬 거리로 나온 노인,
홀로 사시는 노인분들을
이상연 기자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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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쌩 달리는
차량들 옆으로,
폐지를 끌고 가는
할머니.
달리는 차에 멈칫하고,
주차된 차에 가로 막히지만,
위태로운 이 길이
할머니의 생계를
이어주는 유일한 길입니다.
사흘째 혹한이 이어졌지만,
변변한 방한복도 없이
하루도 쉬지 않고 폐지를 줍습니다.
[인터뷰 : 박모 할머니 (67)]
"나와야지..하루라도 쉬면 돈이 없잖아..
이것도 서로 가져가려고 하는데..."
100킬로그램이 넘는
고물과 폐지를 끌고
오전 동안 이동한 거리는
2 킬로미터.
젊은 사람에게도 버거운 무게,
지칠 법한 거리입니다.
[인터뷰 : 박모 할머니]
"좀 있다 환자(할아버지) 밥먹이러 가야 되고, 저녁에도 밥먹이러 가야 되고.. 그래도 (폐지 줍는 게) 10시간은 되지"
킬로그램당 십 원을 더 쳐주는 곳까지
더 멀리 돌아가봐도
손에 쥐는 돈은 만 원 남짓.
할아버지 병원비며, 생활비를
생각하면 막막하지만,
오늘 벌이는 했다는 생각에
할머니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만족은 못하지, 그래도 좋지"
다닥다닥,
판잣집이 모여 있는
서울의 한 마을.
비탈길 꼭대기 집에
홀로 사는 88살 김길례 할머니는
이번 한파에 문 밖으로는 꼼짝도
못했습니다.
연탄불을 때도 온기 없는 냉골이지만
전기세가 무서워
전기 장판은 꿈도 못꾸고
아랫목에서 추위를 견딘다는 할머니.
한달에 9만 원, 노령연금이
유일한 생활비입니다.
[인터뷰:김길례 할머니(88)]
"이리눕고, 저리눕고 하면서
따뜻한 가장자리에만 붙어있는거야."
이번 한파가 누구보다 힘겨웠던
노인들은 따스한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채널에이 뉴스. 이상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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