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력의 무상함을 나타내는 이 말이
요즘처럼 딱 들어맞는 때도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인허가 청탁 비리로 어제 구속되면서
정권 말 권력형 게이트가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권력형 게이트의
원인과 극복 방안을
이종식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금 뒤로 보시는 곳이
대한민국 검찰의 심장부,
대검찰청입니다.
고위직 정관계 인사나
대기업이 연루된 굵직한 게이트를
주로 수사하는 이 곳은
권력자들의 무덤으로 불립니다.
바로 어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을 구속했고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비자금 수사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이 곳은
정권이 힘이 셀 때는
개점휴업 상태이지만
권력의 힘이 빠지는 이맘 때면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릅니다.
권력형 게이트가
끊이지 않은 한 이유도
이러한 검찰의
권력 지향적 속성 때문 아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의 아들을 구속한
두 명의 전직 대검 중수부장을 통해
권력형 비리의 속성과
그 해법을 들어봤습니다.
1997년 5월 17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씨를 구속했던
심재륜 전 대검 중수부장.
권력의 핵심으로 파고 들어갈수록
국세청과 감사원 등 권력기관이
때론 수사를 방해한다고 꼬집습니다.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1997년 대통령 아들 김현철 씨 구속]
“국세청이 김현철 씨 관련된 박태중 사업
세무 조사할 때 김현철 씨가 국세청 조사를 막아버렸거든.
그래서 비밀리에 국세청장 불러서 조사를 했어요.”
정권 말이면
왜 어김없이
대형 게이트가 터질까.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
“정권 말기까지는 관련자들이 입을 굳게 닫고 오히려 수사 방해하지. 이권이 사라지면 그들 자체 의리가 쓸모가 없지.
검찰에 오히려 협조하기가 쉽죠. 증거가 막 홍수가 돼서 쏟아져.”
2002년 6월,
호남 출신의 대표적 검사이면서도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를 구속시킨
김종빈 당시 대검 중수부장.
국민은 박수를 보냈지만
당시 여권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 원망했습니다.
“당시 청와대나 여권에서 섭섭해 하진 않았나요?”
[김종빈 전 검찰총장/2002년 대통령 아들 김홍업 씨 구속]
“무척 섭섭해 했죠. 그러나 봐주는 것보다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것이 대통령과 나라를 돕는 겁니다.”
권력형 게이트 수사가
가장 어려운 건
역시 실세들의 외압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김종빈 전 검찰총장]
“권력의 실세들이 수사의 영향력을 미치려 하고, 권력이 살아있으면 주변의 협조도 잘 이뤄지지 않아요.”
후배 검사들에게는
권력을 의식해 부패수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합니다.
[김종빈 전 검찰총장]
“권력 누수 현상이 생긴다고 검찰이 수사를 안 할 수는 없는 것. 부패척결을 잘해야 나라가 잘 되는 겁니다."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
“검사는 정치나 경제 상황에 좌고우면하면 안돼요.
국민은 부패를 수사하라고 검사를 시켜준 것입니다.”
채널A뉴스 이종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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