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환자에게
진단서를 떼와라,
보건 당국이
루게릭 병 환자에게 한
어처구니 없는 요굽니다.
행정 편의주의의 극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정렬 기잡니다.
[리포트]
10년 전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이광복 씨.
부인이 자음과 모음을 불러주면
해당하는 글자에 눈을 깜빡이는 방식으로
간신히 의사표현을 하는 이 씨.
[현장음]
"(부인이 모음 불러주는 장면) 어, 여, 오, 요, 우 이."
호흡에 필요한 근육도 마비돼
목에 낸 구멍과 연결된 인공호흡기에
하루 24시간 의지합니다.
이런 이 씨에게
지난해 4월 관할 보건소는
'인공호흡기가 필요한지 입증하는
진단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정부는 인공호흡기를 쓰는 환자에게
호흡기 대여료를 보조해 주고 있습니다.
보조금이 끊길까 겁이난
이 씨는 구급차까지 불러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떼는 소동을 빚어야했습니다.
[인터뷰 : 김모 씨 / 이광복 씨 부인]
"최소한 서너 명이 붙어 다니고, 병원을 갈 때면 굉장히 힘들죠. 환자도
힘들고 옆에 사람도 힘들고."
루게릭병은 퇴행성질환이라
한 번 기도를 절개해
인공호흡기를 달면
평생 뗄 수 없습니다.
이 씨는 호흡기를 뗄 가능성이 거의없는데도
행정편의때문에 진단서를 굳이 제출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보건소 직원이 가정방문을 통해
확인토록 지시했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확인결과
이런 지시는
이 씨가 진단서를 이미 제출한 후인
지난해 5월에야
일선 보건소에 전달됐습니다.
[현장녹취 : 일산동구 보건소 관계자]
"그 전에는 그런(보건소에서 방문 조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은 없었어요. (4월 달에는 그런 내용은 없었나요?) 그런 내용은 없었죠."
질병관리본부는
방문조사는 예외적인 상황이라
사전에 공지하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변명합니다.
부정수급자를 거르려면
일부 환자들의 불편쯤은 어쩔 수 없다는
보건당국의 편의적 행정이
희귀병 환자의
마음까지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현장음]
"선생님 그래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뭐세요?"
('다른 환자에게 요구하는 걸 막아야 해'라는 수첩 화면 이어짐)
채널A 뉴스 우정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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