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얼마 전 '고지전'이란 6.25 영화가
큰 인기를 끌었죠?
그러나 실제 고지전은
영화보다 훨씬 더 참혹했습니다.
그 지옥 속에서 살아남은 노병들을
박창규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휴전협상이 시작될 즈음 38도선 주변으로 전선이 고착되고
지도상의 1cm를 확보하기 위한 사투가 계속됩니다.
이른바 '고지전'입니다.
"죽으면 올라가고 죽으면 올라가고.
우리 부대가 진격하다 안되면 후퇴하고, 몇시간 있다가
부대 하나가 또 올라가는 거야. 거기서 무지하게 죽었어."
하루에도 몇 번씩 고지의 주인이 바뀌었고
전투는 밤낮 없이 몇 시간 단위로 계속됐습니다.
"밤새도록 던지는데 나중엔 총도 열이 나서 나가지를 않아요.
그걸 오줌을 눠서 식혀서 또 쏘고 슈류탄 던지고."
살기 위해선 마치 기계처럼 전투를 치러야 했습니다.
"저놈을 죽여야 내가 산다는 거예요.
충성은 나중이고 저걸 죽여야 내가 살겠구나.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으니까."
그러는 사이 함께 울고 웃던 전우들은
하나 둘 목숨을 잃어 갔습니다.
"내장이 다 나와서 살 가망성이 없어.
빨리 보내달라는데 숨끊어지는 거 보고 담요 덮어 싸서
내려보내는데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가엾지요"
전투는 끝이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루에 주인이 7번 바뀌었어요 7번. 낮에 뺐고 밤에 뺐기고.
7월달부터 12월달까지 휴전이 된다 안된다 할 적에."
그러다 들려온 휴전 소식에 청년들은 환호했습니다.
"살았구나 하는 거지 뭐. 전투를 안하니 사는 거 아니에요.
전투를 안한다니까 얼마나 기쁘겠어요. 이제 살았구나 하는 거지."
처절했던 시간은 갔지만 상처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채널A 뉴스 박창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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