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내 모습이 찍힌 CC TV 영상이
인터넷에 마구 떠돈다면 어떨까요?
개인 정보 보호법이
다음 달부터 본격 시행되지만
이런 법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채널 A는 우리 나라의 현실을
연속으로 보도하겠습니다.
먼저, CC TV 영상의 불법 유출 문제를
이명선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중년 여성인 이모 씨는 CCTV가 두렵습니다.
서울의 한 대형 서점을 찾았다가 아이와 부딪쳐 화상을 입힌 CCTV 영상이 불법 유출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이 씨 아들]
일부 모자이크가 안된 영상이 방송과 인터넷에 유포됨으로써 주변 지인분들이 알아보시고 전화도 하시고 그러므로서 어머니께서 누가 또 알아볼까 이러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고통을 당하시고...
아이가 뛰어들어 여성과 부딪쳤다는 진실을 모르는 누리꾼들은 제멋대로 별명을 붙여 마녀 사냥식 비난을 했습니다.
이 씨는 이 사건 이후 외출을 못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형서점이 이 씨의 영상을 마음대로 유출시켜 벌어진 일입니다.
슈퍼에서 여학생을 때려 일명 슈퍼 폭행녀로 불린 여성도 마찬가집니다.
폭행 이전, 여학생이 무단횡단으로 이 여성을 화나게 한 사연을 모르는 누리꾼들은 불법 유출된 CCTV 화면만으로 여성을 비난했습니다.
졸지에 인터넷에서 이름이 오르내린 여성은 억울하게 궁지에 몰린 상황입니다.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
막말녀, 지하철 폭행녀 나오면 '아 저럴 수가 있느냐', 또 신상털기에 대해서도 그렇게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은 우리가 혼내줘야 한다 이런 감정이죠. 그러나 그런 것들이 전부 불법임에 틀림 없습니다.
이런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근본적인 배경은 무엇일까요.
300만 개에 달하는 CCTV는 범죄자를 잡거나 사고의 진상을 가리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이나 언론기관이 아닌 개인이 CCTV 영상을 불법 유출해 무분별하게 인터넷에 띄우는 행태가 문젭니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순식간에 영상이 퍼진 뒤엔 사건 진위나 앞뒤 사정을 가릴 여지가 없습니다.
불법 유출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의 한 대형 서점을 찾아갔습니다.
일반인을 가장해 CCTV 영상을 요구했습니다.
[현장음]
“제가 여기 왔다는 증명할 수 있게 CCTV 잠깐 볼 수 있나요.”
“네.”
“혹시 이 부분을 파일로 받을 수 있는지요.”
“USB만 있으면요.”
“네 있어요. 여기.”
10분 분량의 동영상을 넘겨받았습니다.
동영상에는 서점을 찾은 수십 명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넘어진 사람의 옆을 한 여자가 무심코 지나갑니다.
이 영상을 편집해 남을 돕지 않는 세태를 비난하는 글을 올린다면 또 한 명의 엉뚱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겁니다.
설치 표시가 없는 CCTV도 문제입니다.
모든 CCTV는 설치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표시를 해야하지만
이를 지키는 비율은 극히 드뭅니다.
가수 박유천 씨의 극성 팬들이 박 씨 집 주차장에 몰래 CCTV를 설치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인터넷에 올리는 피해도 발생했습니다.
[인터뷰/행안부 관계자(1번방 957)]
음성을 녹음하거나 영상을 유출하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입니다. 계도기간을 마친 뒤
집중적으로 단속할 계획입니다.
앞서 CCTV 영상을 유출한 대형 서점 등은
이달 말 이후엔 모두 처벌 대상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인터뷰/건물 관리인]
몰랐는데요
정부가 법만 덜렁 만들어 놓은 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손 놓고 있는 사이
개개인의 개인정보는 벼랑 끝에 위태롭게 놓여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이명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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