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남) 호남지역 한 사학재단 이사장의 병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그런데 이게 석연찮습니다.
(여) 저희 취재팀의 확인결과,
그 정도로 병세가 위독한 상태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합나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배혜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북 남원에 위치한 한 병원 건물.
환자도, 의사도, 아무도 없습니다.
출입구를 꽁꽁 동여맨 녹슨 쇠사슬과 자물쇠.
텅빈 건물 때문인지,
주변 분위기가 을씨년스럽습니다.
[인터뷰: 김모 씨/주민]
"어째서 (병원이 이렇게)오래 비워지나 모르겠어요. 아마 한 1년 된 것 같습니다."
서남대 부속 남원병원.
이홍하 이사장이 서남대에
의대를 설립하기 위해 이 병원을 지었습니다.
[인터뷰: 김정/서남대학교 정상화추진 교수협의회장]
"이홍하 씨도 당연히 여기에 부속병원을 개원해도 저 병원을 운영할 능력이 없습니다. '운영한다'는 조항은 없고 '짓는다'라고 돼 있기 때문에 지었답니다. 그래서 소가 웃을 소리죠."
이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1004억원에 달하는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그런데 지난 6일, 구속된 지 불과 60여일 만에 병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이 이사장이 수감됐던 순천교도소에서는
건강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상태.
취재팀은 어렵사리 교도소 CCTV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올해 75세인 이 이사장은
젊은 남성이 하기에도 쉽지 않은 운동을 거뜬히 해냅니다.
먼저 두피마사지와 다리 운동으로 몸을 풀고,
윗몸 일으키기를 30여 회 합니다.
팔굽혀펴기 50회를 2분도 채 안 돼 해내고,
발을 모아 앞뒤로 뛰는 고난위 동작을 하는 데도
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총 15분.
이 이사장은 교도소 수감된 날부터
이렇게 몸 관리를 해왔습니다.
나머지 시간엔 독서를 하거나
교과부 감사를 받는 요령을 담은 옥중서신을 쓰는 등
옥중에서도 끊임 없이 학교 운영에 관여했습니다.
이 이사장이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은 구속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부터.
심장 혈관 질환이 악화됐다는 겁니다.
이 이사장은 보석으로 풀려난 당일,
전남대 병원에서 심 혈관 확장시술을 받았습니다.
소요 시간은 불과 30분.
[전화녹취: 전남대병원 관계자]
"(스텐트 삽입 시술 입원기간이)2박3일에서
상태에 따라 3박4일도 됩니다. (길게는 며칠까지도 될 수 있나요?)
4일에서 5일인데요."
그렇다면 지금 이 이사장의 상태는 어떨까?
취재팀은 전남대 병원으로 그를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이 이사장은 병실 문을 잠근 채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습니다.
[인터뷰: 간호사]
"평상시에 잠그고 계세요.
(환자가 문 잠그고 있어도 돼요?)왜냐하면 혼자 쓰시니까.
(간병인 같은 건)전혀 없어요. 아무도 없으시고 혼자 계세요."
가족이 오면 스스로 문을 열어주고, 돌아가면 문을 잠급니다.
혼자 있을 땐 TV를 보거나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들리고,
식사가 오면 반찬까지 싹 비웁니다.
하지만 검사를 받기 위해
병실 밖으로 나올 땐 휠체어를 이용합니다.
방문자가 노크를 하자, 곧 문을 열어주는 이 이사장.
취재진이 인터뷰를 시도하러 병실 앞에 서자,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이 이사장의 또렷한 목소리로 들립니다.
[현장음]
"(똑똑) 누구세요. (기자인데요)...안 계신데..."
간호사에게 환자의 건강상태를 묻자 자리를 피합니다.
서남대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애가 탑니다.
[인터뷰: 이승채/서남대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하시는 일로 보면 하나의 교육 투기꾼이다.
이런 사건이 나면 그 때마다 그 분은 환자로 입원하시는 그런 분이십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들.
학교에는 예산 전용 수단으로 의심되는
짓다 만 건물들이 흉물스럽게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최모 씨(21)/학생]
"(공사 현장이 저기 보이는데요)신입생 때부터 그렇게 되어 있던데요.
되게 가슴 아프죠. 부모님이 열심히 돈 버신 건데.
크게 안 바라고 저 졸업하기 전까지 학교만 안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이홍하 이사장은 아직도 이 병원에 숨어 있습니다.
마땅히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아가도록 해야,
학생들의 피해도 줄이고
사법 정의도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채널A 뉴스 배혜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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