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국골저수지에 승용차가
한 대 빠져있다"
경북 청송경찰소에 이런
신고가 들어온 건
어제 오후 4시 20분쯤이었습니다.
부리나케 출동한 경찰은
3m 깊이 저수지에서,
이처럼 찌그러진 흰색 비스토
한 대를 인양할 수 있었는데요,
차 안에선 88살의 남편
이모 할아버지가,
차에서 30m 떨어진 물에선
83살의 아내 채모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들 노부부는
사고 저수지에서
4km 정도 떨어진 마을에 사는,
"늘 손을 꼭 잡고 다니던
금실 좋은 부부"였다고 하는데요,
6만평의 과수 농장에
50여 명의 종업원까지 거느린
부농 소리를 듣는 부부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부부가
저수지로 차를 몰고
함께 뛰어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바로 치매 때문이었습니다.
할아버지 방에선
A4용지 한 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미안하다. 너무 힘이 든다.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
내가 죽고 나면 너희 어머니가
요양원에 가야하니
내가 운전할 수 있을 때 같이 가기로 했다.
이 길이 아버지 어머니가 가야 할
가장 행복한 길이다'
4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할머니를
지극정성으로 직접 돌보며,
아내를 간호하는 방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할 정도로
할머니를 아꼈던 할아버지.
이모 할아버지가 택한
'가장 행복한 길'은 결국
죽음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치매환자 수는
현재 53만명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72%는 '가족'이 돌보고 있다는데요,
동반자살, 살해, 실종...
이 섬뜩한 말들이
모두 치매와 관련된 사건들입니다.
가장 가까이,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간병 살인 등
아마 여러 사건들이 떠오르실 겁니다.
남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해도 될까요.
지난해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현재 53만 명인 치매 환자 수는
약 40년 뒤인 2050년
27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평범한 가정에 비극이 생길 가능성,
훨씬 높아진다는 얘깁니다.
지난해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아무르'입니다.
5월 6일 현재 전국 관객수가
7만 9천 명을 넘어섰다는데요,
영화의 내용,
오늘 보신 노부부의 동반자살 사건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내가 치매로 반신불수가 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가던 남편,
결국 아내를 살해하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내용입니다.
영화를 본 어느 관객은
"영화의 무게에, 인생의 무게에
다리가 휘청거린다"는 평을 남겼는데요,
오늘 80대 어느 노부부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면서
영화 같기만 한 이 현실에
정말로 다리가 휘청거리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강수진의 네모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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