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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와이드/네모뉴스]우리말로 쓰면 싼티?

2013-05-06 00:00 경제,사회,사회

1. 의류광고 문구

보시는 건,
어떤 여성복 업체의 홍보 문구입니다.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아티스틱한 감성을 바탕으로
꾸띄르적인 디테일을 넣어 페미닌함을 세련되고
아트적인 느낌으로 표현합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해석을 한 번 볼까요.


2. 해석

의류업체답게, 영어와 불어가 섞여있는 형태인데요,

'아티스틱한 -> 예술적인
'꾸띄르적인' -> 맞춤복의...
여기서 '꾸띄르'는 프랑스어
'오뜨 꾸띄르'에서 나온 말인데,
오뜨는 '최고'라는 뜻이고,
꾸띄르는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맞춤 여성복'을 뜻한다고 합니다.
'디테일' -> 세밀함,
'페미닌함' -> 여성스러움,
'아트적인'-> 예술적인...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듯 하네요.

다시 한 번 읽어볼까요?

다시 읽어도 어렵죠?


3. 댓글

포털사이트와 블로그엔 이 홍보 문구들 두고
네티즌들의 조롱섞인 댓글들이
줄줄이 달렸습니다. (소개)


4. 이같은 우리말 파괴 현상,
가장 심한 곳은 보신 것처럼 패션업계입니다.

모던하다, 시크하다,
페미닌하다 등등의 말들이
패션업계에선 별다른 해석없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죠.

하지만 소비자들,
특히나 나이드신 분들은
이런 말이 무슨 말인지 헷갈린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실 겁니다.

왜, 우리말로, 풀어서 말하지 못하는 걸까요?

바로 '있어보이기' 때문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환상을 품게 된다는 거죠.

우리말로 써 있는 말은 왠지 '싼티'가 난다나요.


6. 그림

이렇다보니 기업들도
제품을 고급스럽게 보이기 위해서
외국어를 안 쓸 수가 없다는데요,

요즘 불티나게 팔리는 아웃도어 용품이나
있어보이는 술, 와인 등은
제품 소개에 영어가 쓰이는 게
일반화된 지 오랩니다.

혹시 등산화를 사러갔는데
아웃솔, 인솔이란 말을 쓴다면
그건 '밑창'과 '안창'을 뜻한다는 거,

혹시 와인을 사러갔는데
'보디감이 크리미하다'라고 써 있다면
입 안에서 느껴지는 와인의 무게감이
부드럽다는 뜻이라는 거, 얼른 알아채시기 바랍니다.


7. 항상 1년에 한 번,
10월 9일 한글날만 되면
우린 한글의 우수성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있어보이기 위해서'
외국어를 우리말로 순화해 쓰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 한글은 반쪽짜리 언어가 되고 말겠죠.
업계의 자정 노력이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강수진의 네모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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