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가 디도스 파문으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다섯 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세명이 사퇴 의사를 밝혔는데 홍준표 대표 체제는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정치부 정호윤 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정기자, 먼저 어제 있었던 한나라당 의원총회 소식부터 들어볼까요.
네, 한나라당의 의원총회는 시종일관 침통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습니다.
의총이 열리기 전인 오전에 최고위원 3명이 줄사퇴를 선언했기 때문인데요.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해서 당이 너무 무기력하게 대처한데 대해서 책임도 많이 느끼고 사퇴 결심 굳히게 됐습니다.
그러자 원희룡 남경필 최고 위원도 약속이나 한 듯 최고위원직을 내던졌습니다.
그동안의 과정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살펴볼까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홍준표 대표 체제가 첫번째 위기를 맞고, 한미FTA 처리로 여야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홍 대표 체제엔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디도스 공격 악재는 홍준표 호를 침몰 직전으로 내몰았습니다.
정기자, 재창당의 압박까지 받아온 한나라당이지만 그래도 홍준표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을 했죠?
네, 그렇습니다.
격론은 벌어졌지만, 결국 현재로선 홍준표 체제 외엔 달리 선택할 카드가 없다는 것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중론입니다.
사실상 홍 대표 혼자서 지도부를 이끌어가게 됐는데요. 그렇다 해서 홍 대표 체제가 장기간 유지될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홍 대표는 오늘 1차 쇄신안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홍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얼마나 약발이 있을지는 당내에서도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
정기자, 홍 대표의 거취도, 홍 대표 사퇴 후의 새 당 지도체제도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이 결정적인 것 아닌가요?
박 전 대표의 속내는 어떻습니까?
네, 박 전 대표는 당분간 홍 대표 체제를 신임할 것으로 보입니다.
홍 대표가 물러날 경우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거든요.
이 부분이 박 전 대표에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총선과 대선이라는 대형 정치 이슈가 눈 앞에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전면에 나섰다가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당내 목소리도 아직은 패를 보여줄 시기가 아니라는 데 모아집니다.
홍 대표의 교체는 어차피 불가피한만큼 지금은 대표교체보다는 예산국회 마무리에 집중하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한달 후에 홍준표 대표가 대표로 우리 당에 있을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이것을 더 끌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기자, 위기의 파고가 한나라당을 덮친 상황에서 일단 현 지도체제로 간다면 뭘 쇄신한다는 거죠?
박 전 대표가 쇄신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가요?
재창당 수준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언급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당을 허물고 신당을 창당하자는 식의 급진적 주장에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박 전 대표의 쇄신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완전히 새로 태어나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무늬만 쇄신을 하다가는 다 죽는다는 거죠.
원희룡 최고위원의 얘기를 들어보시겠습니다.
정기자, 박 전 대표보다도 친박계 의원들의 폐쇄성이 한나라당의 변화를 막는 장애물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네, 그렇습니다.
이명박 정부 초기 비주류로 불렸던 친박계 의원들은 지금 사실상 미래권력의 주축을 이룰 주류가 돼있습니다.
결국 박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에 한나라당의 위기탈출 여부가 달려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분석입니다.
정기자 수고했습니다.
Copyright Ⓒ 채널A.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