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이 불어 닥친 폭풍우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의 도시와 산간은 쑥대밭으로 변했습니다.
자동차는 장난감처럼 찌그러져 개울에 박혔고, 가재도구는 여기저기 널브러졌습니다.
이번 폭우로 인한 사망자와 실종자 수는 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목숨을 건진 수재민들은 거리로 나와 가재도구를 챙겨보지만 나오는 것은 눈물뿐입니다.
[윌프레도 살루도 / 수재민]
“정말 가슴 아파요. 이렇게 계속 눈물이 나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물이 천장까지 들이찼는데 정말 끔찍했습니다.”
한국 교민 가운데 민다나오 북쪽 카가얀 데 오로 시에서 숨진 16살 여학생 김 모양은 1급 언어 장애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습니다.
[필리핀 한인회 부회장]
“언니 동생 이렇게 자매가 있었는데 그중에 장애가 있는 동생이 집에 물이 들어와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사고를 당한 것으로 들었고요."
김 양의 시신은 곧바로 수습됐습니다.
다른 한인 10여 가구도 침수 피해를 당했지만 더 이상의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민다나오 섬은 십여 년 동안 폭우가 거의 내리지 않았고, 특히 12월에 불어 닥친 적은 없었기 때문에 무방비 상태에 있던 주민들 대부분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주민들이 깊게 잠든 한 밤중에 폭우가 내린 데다 만조까지 겹쳐 피해를 키웠습니다.
채널A 뉴스 정혜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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