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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서민 우롱’ 4개 라면회사 9년간 가격담합

2012-03-23 00:00 경제

[앵커멘트]
돈 몇 푼때문에 먹거리를 갖고
소비자들을 속이다 적발된
경우가 부쩍 늘었는데요.

이번에는 라면을 만드는 대형업체들이
가격을 무려 9년동안 담합해 오다 적발됐습니다.

담합에 참가하지 않은 경우에는
철저하게 응징까지 했다고 하니
할말을 잃게 만드는군요..

한정훈-김민찬 기자가 연이어 보도합니다.


[리포트]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가 라면값을
짜고 올렸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습니다.

공정위는 4개 라면제조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천354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인터뷰/공정거래위원회 국장]
"농심이 먼저 올리고 다른 업체들이 따라는 방식으로 가격이
인상됐습니다. "

--
농심이 1077억 원의 과징금을 받았고 삼양식품이 116억, 오뚜기와
한국야쿠르트에는 각각 97억 원과 62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습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들이 지난 2001년 5월부터 2010년 2월까지 9년간 계속 정보를 교환하며 라면값을 담합해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삼양식품은 공정위에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해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감경 금액을 제외하고도 이번 과징금 규모는
역대 4위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담합으로 9년 간 라면 가격은 평균 70% 가량 올랐습니다.

농심 등 업체들은 공정위가 발표한 혐의는 일상적인
영업 활동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녹취/농심 관계자]
"당시 시장 70% 이상의 점유율로 독보적인 브랜드 파월를 가진
업체로 후발 업체들과 가격 인상을 논의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부 업체는 행정 소송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채널A뉴스 한정훈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9년 동안이나 이런 담합이 가능했을까요.

바로 라면 시장의 독특한 구조 때문입니다.

농심 등 4개 라면회사의 시장점유율이
100%에 육박해 전형적인 독과점시장입니다.

품질 차이가 크지 않다보니
소비자들은 몇 십 원이라도 싼 라면에 손이 가기 마련입니다.

이렇다보니
라면 업계의 최대 고민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가격을 올리느냐' 였습니다.

라면회사들이 택한 것은
정당한 경쟁이 아닌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담합이었습니다.

시장점유율 70%인 농심이 먼저 올리면서
다른 회사들에게는 가격인상 자료를 넘겨줬습니다.

참고하고 이를 따르라는 의미입니다.

실제 2001년 농심이 신라면을 가격을 480원으로 올리자 11일 뒤 삼양라면과 왕라면이 올랐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오뚜기도 진라면 가격을 동일하게 인상했습니다.

이 같은 수법으로 9년 동안 모두 6차례에 걸쳐 각 사의 대표 라면 가격은 480원에서 지금의 750원까지 오른 겁니다.

담합 방법도 치밀했습니다.

2008년 3월, 라면 회사 마케팅 관계자들이 주고 받은 메일입니다.

가격인상제품의 생산계획부터 영업정책, 가격까지 사실상 영업 비밀인 대부분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신제품 소개서라는 문서를 보면
경쟁 회사인지 같은 회사인지 분간이 힘들 정돕니다.

새로운 라면의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이며, 제품 특징은 뭔지가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심지어는 거래처에 라면박스를 지원하고, 라면 10개당 1개를 견본으로 준다는 내용까지 포함됐습니다.

회사 기밀 문서를 서로 주고 받은 겁니다.

9년 동안 이렇게 4개 회사가 주고 받은 메일만 340건에 달합니다.

매년 3월 말에 열리는 라면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담합의 내실을 다졌습니다.

가격인상을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철저히 응징했습니다.

마트나 판매점이 응징할 제품 판매를 하지 않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를 위해 자기 제품의 공급가를 옛날 가격으로 깎아줬습니다.

가격인상을 따라오지 않는 제품은
시장에서 외면될 수 밖에 없었고
이게 무서워 담합을 안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인터뷰/임지나/서울 용답동]
"서민들이 주로 먹는 라면을 가격을 짜고 올렸다고 하니
정말 화가 납니다."

[인터뷰/맹형진/서울 방배동]
"몇 십원이 아까운 사람도 있는데 돈도 많이 버는 업체들이 너무 합니다."

채널A뉴스 김민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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