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유로존 4대 경제 대국인 스페인이
결국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했는데요,
스페인은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요?
성시온 기자가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도 마드리드에서
차로 20분 가량 달리자
눈에 들어오는 아파트들,
2000년대 초 조성되기 시작한
대규모 아파트 단집니다.
인공호수와 수영장 등
고급 시설이 즐비하지만
이용하는 주민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마치 유령도시를 보는 듯 합니다.
이오시프 메사로스 / 3년 전부터 거주
"제가 살고 있는 단지의 경우 70% 정도 사람이 살고 있지만,
다른 단지는 많아야 20% 정도만 분양이 됐습니다."
지난 2008년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
당초 계획된 만 3천 호 중
5천 호만 지어진 채 건설이 중단됐습니다.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은행들은
떠안은 아파트를 헐값에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뒤로 보이는 이 아파트의 첫 분양가는 18만 유로,
하지만 지금은 6만 6천 유로,
우리 돈 1억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다는
홍보 문구가 쓰여져 있습니다.
분양가의 3분의 1 토막이 나버린 겁니다.
문제는 집값 만이 아닙니다.
200m도 안 되는 거리에
세워져 있는 고압송전탑.
집 앞에 널브러져 있는
건설 자재들.
자금이 떨어지자
값싼 자재를 사용해
제각각 색이 다른 아파트들.
졸속 건설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는 스페인 전역으로 번지면서
부동산 시장 전체가 얼어붙었습니다.
일라리온 블랑코 / 45년 경력 부동산개발업자
“마드리드 시내는 경기가 안 좋더라도 조금씩은 거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움직임조차 없습니다. 주변부 상황은 말할 것도 없죠.”
스페인의 국내총생산 가운데
건설업 비중은 16%,
특히, 가계자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대출받아 집을 샀던 개인들은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그 여파로 스페인 전체 경제가 위협받고 있는 겁니다.
후안 페드로 /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 파이스 편집장
“부동산 경기가 0에 가까울 정도로 침체되면서 건설 호황에 덩달아 발달했던 유통과 서비스 산업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전체 경제가 고통에 휘말린 거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거품이 아직 충분히 꺼지지 않았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집값은 더 추락하고
그에 따른 경제 암흑기는
스페인을 더 옥죌 것이란 얘깁니다.
스페인 부동산 신화의 붕괴는
부동산 침체기에 들어선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마드리드에서 채널A 뉴스 성시온입니다.
Copyright Ⓒ 채널A.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